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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치여 한국 디스플레이 실적 바닥…올레드도 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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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에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실적이 바닥을 쳤다. 중국의 공세에 치여서다. LG디스플레이가 25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매출은 5조61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했다. 전 분기보다 1% 줄었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적자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영업손실이 2281억원이다. 6년 만에 처음 적자를 본 지난 1분기 영업손실(982억원)보다 손실 폭이 확 커졌다. 당기순손실(3005억원)은 3000억원이 넘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사정이 좋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31일 발표되는 2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조7000억원을 벌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개장식에 참석해 구본준 LG 부회장(왼쪽)과 함께 휘어지는 대형 디스플레이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는 지난해 세계 1위 자리를 중국 BOE에 내줬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를 국가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영향이 크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액정표시장치(LCD) 물량을 싼값에 쏟아냈다.  

이와 함께 기술 발전에도 매진했다. 앞선 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와 인력을 흡수하면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세계 1위로 올라선 BOE는 2003년 현대전자의 LCD 부문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지난해 세계 정상 자리에 올랐다. 현재도 삼성‧LG 출신 한국인 연구원 100여 명이 BOE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는 LCD 다음 세대 패널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대형 올레드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LCD에 의존하고 있다.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초 “올해 매출에서 올레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도 “10% 수준인 올레드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올레드 비중이 커져도 2020년 이후 여전히 LCD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는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보다 앞선 2007년 올레드 양산에 나선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올레드에 집중했다. 현재 세계 중소형 올레드 시장의 97%를 점유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의 70%를 올레드로, 나머지 30%를 LCD로 번다.    

문제는 중국이 올레드까지 맹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중소형 올레드 생산 능력은 2016년부터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는 게 업계 평가다. 화웨이‧샤오미‧오포‧비포 같은 스마트폰 업체가 성장하면서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중소형 올레드 업계도 덕을 보고 있다.   

BOE는 삼성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판매처인 애플까지 넘보고 있다. 이미 2015년부터 애플에 아이패드와 맥북 컴퓨터 패널을 납품하고 있지만, 아이폰 패널까지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2일(현지시각) “BOE가 애플에 자사의 올레드를 납품하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이 중소형 올레드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서면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기에 아직 한국이 우위에 있는 대형 패널 시장도 불안하다. 이미 LCD 대형 패널 시장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 시장조사업체인 IHS 마르키트에 따르면 BOE는 지난해 대형 LCD 패널 공급 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 2014년엔 5위였다.    

대형 올레드 공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BOE와 차이나스타, 티앤마 등 8곳에 이르는 중화권 디스플레이업체가 대형 올레드 패널 양산계획을 확정하고 신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업계에선 당장 하반기엔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중국이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치킨 게임’을 벌이며 그간 초저가 공략을 퍼붓던 중국 업체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이달 들어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23일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7월 초 176.1달러(월 초반)였던 가격이 현재 176.3달러(월 하반)까지 올랐다. 매월 상반, 하반으로 나눠 발표하는 위츠뷰의 LCD 패널 가격 조사 결과가 ‘상승세’로 돌아선 건 지난해 5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5일 LG디스플레이의 올 3분기 영업손실이 65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엔 영업이익 490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도 “LCD 패널 가격 상승과 올레드 TV 등에 힘입어 올레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올레드까지 중국에 밀리면 ‘답이 없는 상황’이 된다”며 “아직 기술이 앞서 있는 올레드를 활용해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a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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