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단 대비 속도 1.4배 빠르고
데이터 저장능력 2배로 늘어나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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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96단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했다. 후발업체들의 추격으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낸드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가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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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존 64단 3D 낸드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1.4배 빠르고 데이터 입력 시간도 30% 줄어든 5세대 낸드(96단) 양산에 들어갔다고 10일 발표했다. 일반적인 메모리반도체가 단층 건물이라면 3D 낸드는 아파트에 해당한다. 층수가 높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똑같은 데이터를 저장하더라도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전력은 줄어든다.

이번에 양산을 시작하는 96단 3D 낸드는 칩 하나에 1Tb(테라비트)까지 담을 수 있다. 최대 512Gb(기가비트)를 저장했던 64단 3D 낸드 대비 2배 가까이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단수는 1.5배가량 늘었지만 전체 칩의 높이는 20% 올라가는 데 그쳤다. 각 단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셀의 높이를 기존 제품 대비 20%가량 줄였기 때문이다. 단이 높아지면서 떨어질 수 있는 데이터 속도와 저장 균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재 혁신을 거듭한 결과다.



3D 낸드의 단수가 높아지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질 우려도 있다. 같은 아파트라도 층수가 높을수록 난도 높은 공법이 동원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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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96단 3D 낸드에 직경 수백나노미터(㎚·10억 분의 1m)의 구멍 850억 개를 뚫어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다. 각 구멍을 둘러싼 소재가 전체 구조를 지탱해 셀을 하나씩 쌓아올리는 것보다 안정적이다.

이번에도 혁신적 기술을 먼저 내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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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기술적 우위는 예전만 못하다. SK하이닉스는 72단 3D 낸드, 도시바와 마이크론은 64단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내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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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5세대 3D 낸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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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3세대 3D 낸드를 처음 내놨던 2015년 8월엔 3D 낸드 시장에서 경쟁자가 전무했다. 3D 낸드로 만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도 올 들어 SK하이닉스가 자체 제품을 내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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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독점 구조를 깼다. 30여 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복귀한 인텔도 ‘3크로스포인트’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무기로 낸드 시장을 잠식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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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4세대 제품을 만들어도 수익 및 생산성 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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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경쟁 업체들은 큰 차이가 있다”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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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96단 3D 낸드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으로 64단 이하 제품 가격은 떨어뜨려 경쟁 업체들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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